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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42회 월간문학당선작

손석만 2017. 6. 19. 22:22

지구 특파원 보고서1 /손석만

   1

   여기는 지구온실입니다

   2

   사람들은 이파리마다 안테나를 달고 스마트폰에 수경재배 되고 있습니다

   안테나 마디마디에서 광합성을 소통하며

   소통에 중독되어 1시간이라도 부재하면 벤조디아제핀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주사바늘 끝에 묻어나는 나무비린내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멈추곤 합니다

   지하에는 나무뿌리를 적시기 위하여 파이프라인이 엉겨있습니다

   3

   마천루숲속 씨방마다 이종교배가 한창입니다

   수목원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품종개발을 위하여 혼종교배도 이루어집니다

   품종발전과 유통을 위하여 인간종묘상이 성업 중이며

   우주행성 중에서 사람들이 재배되는 되는 곳은 지구밖에 없습니다

   온실가스 과다로 진화에 거듭해온 사람은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산소가 지구의 새로운 공해물질로 상종가를 치게 되었습니다

   4

   지구에서 스마트폰은 도깨비입니다

   매뉴얼에 이파리만 두드리면 시스템라인으로 나무에 필요한 것들이 배달됩니다 버스정류장에서도 나무들은 한 발짝 움직이지 않아도 비 아이 에스 정보자동시스템으로 하루 치 시간의 토양에 배달하여 심어줍니다

   토양성분에 따라 흑색 백색 황색 종이었으나 혼종교배로 이제는 황금색으로 통일이 되는 중입니다

   나뭇가지마다 황금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황금을 보면서 황금같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심사평-

 

  손석만의 <지구특파원보고서1> 외 4편은 시적 진술을 잡아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또한 기성시인 못지않게 시적 구도가 한결같이 구체적이다.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사뭇 진지하게 읽힌다. 지구 온난화는 곧 환경파괴와 다름없다. 지구를 하나의 수목원에 비유해 그 수목원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나무들로 설정한다. 그래서 탄산가스를 마신 인류는 산소가 곧 공해물질이고 바이스라는 아니러니를 만들어낸다. 온실가스에 시드는 지구를 경고하며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 긴 호흡에도 구체적 실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루함없이 읽힌다.

  당선자에게 대성하길 빌고 아쉽게 선에서 밀려난 여러분들은 다음을 기약해 주기 바란다.

 

  -노향림 시인

 

 

  -당선소감-

 

  언젠가 10월 돌담길을 걷다가 장미 한 송이가 핀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 장미가 왜 늦은 가을에 피었는지 나는 한참을 바라보고 생각을 했다. 제철에 화려하게 피었더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향기를 돌려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늦게라도 피우겠다는 내재한 불굴의 의지가 빨갛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오히려 제철보다 비장한 순결함이 돋보였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기로 하고 전원주택을 샀다. 가는 길에 당선연락을 받았다. 온 대지의 기운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지나간 10년 세월이 머리를 스친다.늦게 시작한 시 공부였지만, 열정은 제철에 피는 장미와 같았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많다. 중앙대학교 이승하 교수님, 그리고 수업 합평회때 제 시에 대해 호평해 주신 김영산 교수님, 수업을 마치고 술집에서까지 합평을 해 주신 류근 시인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이것으로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는 것 같다.

 

 

 

-손석만 시인 약력

 

  (경남 진주출생)

  방송대국어국문과 졸업

  중앙대학교 에술대학원 시 전문가과정수료

  12년 근로자문학상 수상

  이메일.

ssm294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