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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땅 (시집 『지구 특파원 보고서』에서)
손석만
2019. 3. 18. 16:09
삥땅
손나래
오늘 날씨는 비싸겠다
햇살은 적당하게 익어 있고
봄에 취한 바람도 간들간들하는 눈빛이다
나비는 꽃송이에 전세를 들었는지
수시로 들락거린다
오늘은 우산도, 양산도 없이
그냥 신발 끈만 묶으면 되겠다
어서 저 날씨를 사야지
정신없는 사람이 오줌을 싸서 날씨가 젖기 전에
선글라스 쓴 남자가 수박처럼 자동차 트렁크에 담기 전에
어서 날씨를 사서
김밥처럼 포장하면 되겠지
그리고 숨겨놓은 애인을 찾아
오늘을 삥땅 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