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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등대문학상 대상 <등대의 빛>

손석만 2021. 12. 22. 11:45

등대의 빛 / 손나래(손석만)

 

1

등대 빛은 운석의 속도로 마중을 간다 밤새 지친 배들을 향하여,

극의 좌표로, 돌아온 어제의 노을은 레일을 타고와 만선이 풀어놓은 아침 부두에 어슬렁거린다

날름거리는 바다의 혀 속에서 건져 올린 갈치는 아침빛을 자른다

 

사람들은 심심하지 않을 때까지 바다를 담아 주문을 외운다 어떤 사람은 카멜레온처럼 바다를 사냥한다

 

갈매기가 안개를 밀치고 기웃거린다

 

2

빌딩이나 등대의 빛은 같은 질량이나 소음이 다르다 등대는 홀로 서있고,

빌딩은 도시의 바다에 빛을 마구 뿌린다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물고기처럼, 사람들은 빛 속으로 살기 위해 죽도록 살도록 몰려다닌다

등대의 빛으로는 만선이 들어온다 속에는 빌딩 속사람들처럼 바다가 네모로 쌓여있다

 

네모에서 갇힌 사람들, 냉동인간이 아니고 살아서 바다 속 멸치처럼 떼거리로, 지하철 해초사이를 헤엄친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으면 바다를 주문하여 오린다

 

항구와 바다, 수평선은 한통속이다 등대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물컵 수평선 아래에도 항구와 바다가 있다

사람들은 등대를 치켜들고 부라보를 외친다 항구를 마시면서 바다같은 소음을 밀쳐낸다

이 모두가 바다가 생산한 비린내에서 시작되었다 등대가 보는 앞에서

 

 

 

 
 
<서울신문>
올해 등대문학상 대상 손석만 씨 ‘등대의 빛‘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제9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에서 손석만 씨의 시 ‘등대의 빛’이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등대문학상 공모전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울산항만공사,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공동 주관했다.


대상에 선정된 ‘등대의 빛’은 심사자들로 부터 등대가 바다를 밝히듯이 빌딩이 도시의 바다에 빛을 뿌리는 본질적 속성을 잘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도시의 사람들을 바닷속을 헤엄치며 생을 영위해야 하는 물고기와 동일시해 환치시킨 점이 호평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지영미 씨의 수필 ‘해무’와 신수나 씨의 소설 ‘메르쿠리우스의 달’이 각각 선정됐다.

이 밖에 시·시조, 단편소설, 수필·수기 3개 부문에서도 우수상 9편이 선정됐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등대문학상은 등대와 바다를 소재로 해양의 가치를 되새기고, 해양문학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지난 7월 12일부터 10월 1일까지 실시한 올해 공모에는 지난해 보다 115% 증가한 1049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총상금은 1350만원으로 대상 수상자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주고,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준다.

시상식은 다음달 3일 한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수상작은 작품집으로 출간해 전국 도서관과 해양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시 부문 수상작은 등대 사진과 함께 관계 기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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